아랫사람들을 깊이 보살펴 자신의 자리를 안전하게 지켜야

[주역엿보기/ 23박괘 /감수 인교환] 사람이 겉모습만 꾸미고 치장하다보면 내적 공허와 상실감에 빠질 수 있다. 박괘는 이러한 내적 정신의 상실을 방치하고 외면했을 때 주어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대한 경고다. 그래서 공자도 '비란 꾸밈을 뜻한다. 꾸밈에 전념하고 몰입하다보면 삶의 길이 막히고 만다. 그래서 비에서 박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박은 상실, 박탈을 뜻한다. 꾸밈이 극단으로 치닫게 되면 참삶의 정신이 상실된다는 것이다.
 
박괘의 구조는 산이 위에 있고, 아래에 땅이 있어 산지박이라고 부른다. 산이 땅의 토대위에 높이 솟아있는 형상이다. 산은 아무리 높고 싶어도 아래에 땅이 굳건히 자리잡고 있지 않으면 높을 수가 없다. 즉 땅이 있기에 산이 높음을 자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윗사람은 이를 보고 아랫사람들을 깊이 보살펴 자신의 자리를 안전하게 지켜야한다.
 
산지박괘에서는 산처럼 높이 솟는 윗사람이 되려는 이들에게 처사를 어찌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소인들이 판치는 인간성 상실의 시대를 살아갈 때는 무모하게 세상에 나서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세상과 담을 쌓고 외면하면서 초연히 혼자만의 정신적 일락을 누리는 것도 지성인의 사회적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기에 옳은 태도가 아니다. 적극적으로 세상에 나서지는 않지만 자신이 처한 자리에서 참삶의 정신을 온몸으로 밝히고 본래적 자아를 실현하여 사람들에게 올바른 삶의 길을 밝혀주는 등불 역할은 해야 한다. 인간관계에서도 상호존중이 기본이지만 특히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후하게 보살피면서 그들의 토대위에 자신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평상의 다리가 망가져 바른 모습을 잃었으니 흉하다는 말은 지지대를 잃으면 평상이 바로 서있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건강한 정신을 잃으면 부정과 부패로 사회기강과 기반이 무너지기 때문에 미리부터 점검하고 조심하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방치하여 평상의 틀까지 망가지면 그 본래의 모습을 잃어 흉하게 된다. 이는 다리가 망가진 평상을 고치지 않고 사용하여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처럼 병든 정신을 방치하면 정체성을 잃고 부패의 악순환에 빠져들게 된다는 경고다. 그 때문에 상실의 시대에 공허한 삶을 면하기 위해서는 암울한 세상에 동화되거나 체념하지 말고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진리의 빛을 밝히는 참자아의 삶을 살라고 교훈한다.
 
산지박괘에서 평상의 틀이 망가져 몸까지 다치고 불행하다는 표현으로, 부패하고 병든 정신을 안일함으로 계속해서 방치하고 고집하다보면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지경에 놓이게 된다고 말한다. 물고기들을 꿰듯이 왕비가 후궁을 이끌어 임금의 사랑을 받으면 모든 것이 잘된다는 비유는, 상실의 시대일지라도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은 참자아를 찾아 참자아가 지시하는 삶의 의미를 하나씩 찾아 꿰어가라는 의미다. 먹히지 않은 큰 과일이 있는데, 군자는 수레를 얻고, 소인은 제 집을 부순다는 비유는 또 어떤 의미일까? 먹히지 않는 큰 과일은 씨알이 좋은 종자로 상실의 시절에도 새봄을 준비하고 갈망하는 생명정신을 의미한다. 그리고 군자는 아무리 암울한 상황에서도 봄이 온다는 것을 상기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생명정신을 가졌기에 새로운 시대가 열리면 수레를 타듯이 다시 사회 활동을 하며 덕과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지만,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병든 정신의 소인들은 결국 불행의 늪에 빠져들게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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