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대립관계에서 오는 복잡하고 네모난 갈등이 집단의 춤으로 둥글게 되어 밖으로는 하늘에 이르고, 안으로는 의식의 표면을 뚫고 들어갔다. 그들은 자신의 조상이 취했을 법한 모습과 행동을 했다. 고릴라같이 턱을 넓히고 광대뼈를 툭 튀어나오게 하고 눈썹을 두텁게 칠하였다. 특히 여인들은 자식을 더 많이 낳기 위해 하나 같이 가슴과 엉덩이를 과장될 정도로 크게 보이도록 했으며 그렇게 행동했다. 둥근 엉덩이는 활활 타올랐다. 춤의 율동 속에서 그들의 엉덩이는 더욱 방종해지고, 더욱 부풀어지며, 더욱 필사적으로 변했다. 춤추는 엉덩이는 고통스러우면서도 관능적인 충돌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은 한 번씩 태아처럼 온몸을 웅크려 출렁이는 춤꾼이 되어 파도가 전달될 때처럼 한 번씩 가라앉았다 떠오르곤 했다. 다행이 그들은 중원의 한족漢族과는 달리 아직 문명이라는 두꺼운 비계가 끼지 않았으므로, 거대한 우주와 대지의 신비롭고 엄청난 생명력 앞에서 온갖 인위적 권위와 영광이란 얼마나 허무한 것이며, 인간은 얼마나 왜소하고 미천하고 무력한 존재인가를 흔쾌히 인정하므로, 바로 우주의 박동이 인간에 깃든 표시인 맥박에까지 내려가 집단으로서의 본능에 접할 수 있다.

답추에서 원 돌이의 심장박동이 탁운을 꼬옥 끌어안을 때, 탁운은 인간의 타락 이전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다시 원 돌이의 율동이 그를 꼬옥 끌어안을 때, 그는 환희의 들판에서 달렸다. 그것은 원시인들이 자기가 잡고 싶은 사냥감의 가죽을 몸에 걸치고 춤을 추다 곧 자아를 잃고 텅 빈 무無(→舞)가 주는 황홀경이었다. 그것은 그들에게 원시의 활력을 회복하여 무기력한 군상으로부터 펄펄하게 부활하게 해 주었다. 그 결과 사냥과 다산을 가져와 대를 끊기게 하지 않았고 풍요를 누리게 하여 지금처럼 그리고 앞으로도 이 답추가 예술로서 존재할 수 있는 영원성을 획득하게 해 주는 것이다.

답추는 옛 부여국 사람들이 12월에 췄다는 ‘맞이굿[迎鼓]’이라는 원액에는 다소 못 미쳤으나, 그들 모두 무의식에서 ‘집단의 기억’으로 재현해낸 하나의 성스러운 제의祭儀였으며 ‘신 앞에서의 춤’이었다. 물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만 있다면 ‘신의 춤’이 된다. 신의 춤이란 춤의 궁극으로 수레 축의 원리를 닮았다. 수레는 바퀴 틀[牙]을 받치는 서른 개의 바퀴살[輻]이 모여 바퀴통[轂]을 이룬다. 그런데 바퀴통은 텅 비고 움직임이 없는 허[虛]다. 틀에서의 심한 움직임도 살로 오면서 점점 커지다가 드디어 통에 이르면 균형 즉 불인不仁을 유지하기 위해 너무 움직임이 커서, 움직임이 없는 정지 상태, 즉 우주의 ‘동인動因 없는 움직임’이 된다. 바로 우주의, 신의 춤이다.
 

이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 모두가 다 미덕을 갖춘 사람들은 물론 아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남녀가 죄를 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록 그들이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마음이 얄팍하고 약아빠진 자가 결과를 치밀하게 계산한 후 이기적인 욕정에서 일으킨 야비하고 파렴치한 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런 분위기에서 지은 그런 죄는 바로 인간의 억제할 수 없는 열정, 다시 말해, 원초적 격정을 표출하는 한 방식으로 범한 장중하고 위엄 있는 행위가 잘못 빚어진 결과일 것이다. 그날 밤 늦도록 축제에 취해 눈이 맞은 남녀들은 풍요와 다산이라는 축제의 취지에 적극 동참하였다. 이미 감각적으로 흥분한 상태에서 으슴푸레한 달빛 그림자가 진 숲 속으로 몰래 숨어들어 애정행각을 서슴지 않는 소위 방야放夜63) 를 보내 그곳에 뿌리 깊게 내려오는 혼인의 한 방식인 ‘아내감 훔치기’의 절정을 맞았다. 의도된 축제용 의상, 동작, 우아한 춤사위 등은 남녀의 아름다움에 빛을 더해주고 상상력을 통해 감각에 불을 붙여주었다. 관능적인 오락들, 달밤의 답추, 화려하게 농익은 구경거리는 특히 여성에게 유혹을 하고 또 유혹을 당하는 기회를 안겨주었다.

 

이곳의 군사행정을 담당하는 동북로통군사東北路統軍司에서 황룡부로 파견된 거란인들은 유목을 하면서 국가방위를 책임지는 주로 오외부 부족인들로 지금 이 축제에 대거참여하고 있다. 부여성 부근의 여인네들은 인간의 이중성을 잘 드러낸다. 사나이들이 융복戎服[군복]을 입고 목숨을 거는 전장에 나갈 수 있는 것을 매우 부러워했다. 그녀들은 그것을 자신들이 ‘융복열병’에 걸렸다고 했다. 군인 중에 가장 인기 있는 사내는 이미 언급한바 거란 귀족과 통군사 소속의 분견대 청년 장교들인데, 그들은 바로 자기들을 정복한 사람들이 아닌가? 황룡부 여인들은 남성다운 늠름함과 부자 테가 나는, 특히 거만스레 승리를 만끽하는 거란인들을 미워하면서도 부러워하였던 것이다. 그녀들은 동족의 남자들에게도 거란 군대에 들어가라고 압력을 넣었으며 난생 처음 본 멋있는 거란군인에게 거리낌 없이 안겼다.
 

거란 군인들은 매년 1월16일과 이번의 5월 축제 때이면 여진인들과 함께 회합 내지는 밀회장소에 나간다. 거기서 말 타기 경주를 하고 도박과 술도 마시는 것이 으레 관습화되었다. 가족을 따라 산책 나온 처녀나 혹은 가족과 함께 외진 장소에서 머무르는 처녀는 납치 되거나, 납치 될 만하다. 최소한 한 달이 경과한 후 그녀를 신부감으로 눈을 맞춰 납치한 남자는 그녀의 양친에게 딸의 행방을 통보하고 결혼예물을 제공함으로써 공식적으로 결혼한다. 그렇지 않고 부모는 반대하지만 결혼 당사자가 원할 경우, 둘은 계속 동거하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그 부부는 음식과 술을 수레에 싣고서 처의 부모를 다시 방문하여 신부의 가문에 존경을 표하는 소위 배문拜門을 한다. 이때 이후로 그는 사위로 인정받는다. 이들의 관습으로는 이처럼 눈이 맞아 도망쳐서 이루어진 결혼은 관청의 호적 담당 관리가, 극히 드물게는 다른 결격사유와 맞물려 반대하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음으로써 그대로 합법적인 혼인으로 인정된다.
 

작가: 김산
작가: 김산

돌욕과 고정임은 처음 느낀 서로의 눈빛은 각자만의 오해가 아니라는 걸 확신하였고 따라서 마음속으로 깊은 교감을 했지만 일단은 헤어졌다. 따라서 그 둘의 끌림은 그날 밤만은 그냥 넘기는 게 자연스러움임을 가장한 채 일단 표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돌욕, 강다린, 고연실 그리고 상금孀妗이라고 스스로 밝힌 고정임의 시녀로 이루어진 일행은 간선도로를 버리고 좁은 길로 들어섰다. 길이 더욱 좁아지자 일행은 말에서 내려 걸어갔다. 길은 두 사람도 나란히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좁아지더니, 갑자기 좁은 골짜기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계곡에는 작은 늪이 군데군데 있었으며 키 작은 버드나무들로 뒤덮여 있는 개천이 흘러가고 있다.

 

대략 반 시진 동안 그들은 상금이를 향도로 하여 그녀의 뒤만 묵묵히 따라갔다. 도대체 동서남북을 분간할 수가 없다. 상금이도 여기서는 한 번씩 길을 잃을 정도였는데, 그때마다 차례로 다가오는 두 개의 길 안내자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지금 지나가는 곳에 있는 가지가 일곱 개인 잣나무로 때로는 발이 여섯 개인 것 같아 보이는 거대한 흑갈색여우가 그 나무 밑을 돌아다닐 때도 있다고 한다. 일행에게 무슨 겁을 주는 말 같이 들리기도 했다. 또 하나는 좀 더 나아가니 나오는 ‘말하 하데야’라고 부르는 천막을 높이 쳐놓은 것을 닮은 거대한 전나무가 그것이라고 한다.
 

돌욕은 여우라는 말을 들으니 문득 그날 밤 고정임이라는 여인의 얼굴에 귀기가 감도는 것 같기도 했다. 이제는 당나라의 괴기소설에나 나올법한 요괴에 꼼짝없이 홀렸나 보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기야 요괴면 어떻고 천년 묵은 여우면 어떤가? 그들이 변신했으니 절세미인이 아니겠는가? 사내들을 홀리러 나온 암 여우는 그저 나쁘고 못된 여자만은 아니다. 때로는 구름을 머리에 쓰고 다니는 풍류에다 그 쉬는 숨결에서도 항상 향내가 나는 관능을 넘어서 신성의 경지에 속하는 여자일 수도 있으니 그 어느 쪽도 좋은 것 아닌가? 차라리 치명적인 매력을 뿜는 마녀에게 홀려 정염을 불태우다가 후회의 눈물을 흘리든지 아니면 최후를 맞이하여 소설의 주인공이나 되면 저절로 후대에 이름을 남길 것 아닌가? 하지만 안내하는 상금이의 순박함과 진지함을 보니 암 여우가 변신한 건 분명 아니었다. 더군다나 상금이는 고정임이 춤을 출 때 그녀의 겉옷을 받아들며 시중들던 여인이 아니던가?

 

숲의 공터가 하나 나오자 그들은 휴식을 취했다. 공터 한 가운데에는 비틀어진 가지들을 사방으로 뻗고 있는 거대한 떡갈나무가 있었다. 돌욕은 숙취와 욕정의 갈구로 인해 타는 목마름이 왔다. 답추로 영교가 일어남을 예감하자 기분 좋은 마지막 한 술에 휙~후에 지금까지의 숙취와 욕정을 단번에 날려버릴 얼큰하면서도 개운한 해장 국물을 찾는 사람 같았다.
 

그는 하얀 달빛이 춤추듯이 물거품을 만들며 떨어지고 있는 암반으로 겅중겅중 걸어갔다. 그는 넓적 엎디었다. 목을 길게 늘이어 물을 꿀꺽꿀꺽 마신다. 목을 통하여 넘어가는 물은 곧 달큼하였다. 그 맛에 취해 마치 그 너덜샘물을 다 말리려는 듯 배 속으로 들어가는 물이 꿀렁꿀렁 소리가 나도록 오래도록 들이켰다. 마신 술이 온몸의 땀구멍을 통해 다 나오는 것 같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상금이가 놀리듯 물었다.

전에도 샘물을 그렇게 많이 마셔 본적이 있습니까? ”
 

의무려산을 산책할 때 한 번 있었지. 양가죽 부대가 난데없이 구멍이 나 그 안에 든 쿠미스가 다 새 버려 마실 것이 없어 그랬는데, 그 때 말고는….”
 

대답을 하면서 돌욕은 암 여우에 홀려 자칫하면 다시 못 볼지도 모르는 하늘을 물 한 모금 입에 문 병아리처럼 한 번 쳐다보며 한 번 씽긋 웃었다. 어찌 보면 자신이 원초적 격정에 시달리는 인간이 아니라 부리망을 덮어쓰고, 발정 난 암컷인 그녀가 가자는 대로 가야하는 한 마리 짐승의 수컷이 된 것 같았다. 그는 그렇지는 않다는 듯 부정하며 손과 머리를 샘물 속에 깊이 넣어 흔들었다. 극도로 불쾌한 몸의 찌뿌듯함은 사라졌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사흘 전 축제가 끝난 후에 쌓인 숙취의 흔적들이 말끔히 씻겨버린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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